그간 수술의 두려움과 고통, 진통제 부작용으로 인한 구토와 어지럼증, 변비, 수술부위 통증, 모유수유의 어려움, 유축의 고통 등등 하루하루 험난했던 여정을 일별로 써야하는데 그건 나중으로 하고, 간단한 근황만. ㅠ.ㅠ
제왕절개 수술하고 딱 일주일이 되니 걷는것도 조금 수월해지고, 최대의 난관이었던 수유 문제며 변비가 해결되어서 나름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누가 제왕절개 간단하다고 한 거야! 붙잡고 목을 짤짤 흔들며 물어보고 싶고, 다시는 이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지금도 이 생각은 마찬가지지만 ^^;) 인간이 참 간사한 게 몸 좀 괜찮아지니 제왕절개 그렇게 나쁘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들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상상하기도 싫은 회음부 고통이나 치질에 대한 고통이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좀 괜찮은 듯. (입원하기 일이주 전에 딱 시작하려던 치*이 입원하고 내내 누워 있고, 스툴소프트너 매일 먹고 했더니 쏙 들어가서 그거 하나 아주 기쁘다. ^^)
몸무게는 출산 이틀후 재어보니 일키로 겨우 빠져서 기겁을 했는데 (아기 사이즈 3키로, 양수+태반까지해서 최소 5키로는 빠져야 하는데;;) 미역국 먹고 모유수유하고 붓기도 빠지니 팍팍 빠져서 총 21파운드에서 16파운드 빠져서 5파운드 정도 남았다. (2키로 정도)
하지만 배는 아직도 임신 육개월 수준. 아랫배가 뽈록~나와서 둘리같음. -_-
다행스럽게도 3주 일찍 태어난 AJ는 모범 신생아상이라도 받을 만큼 협조적이라 현재까진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이제까지 사람 혼을 쏙 뺄만큼 운 적도 한 번도 없고, 모유던 분유던 잘 먹고, 한번에 세시간 이상 긴 잠자서 밤에는 새벽 3시 반에서 네 시 정도 한 번 일어나서 젖 먹이면 되고, 황금색 변 하루에 두어번 정도로 잘 봐서 엄마가 똥질도 안한다고(똥버릇 나쁜 아가는 기저귀마다 조금씩 물똥 묻혀 낸다고 ㅋㅋ) 착하다 하시고, 잠깨도 혼자서 사색하듯 잘 놀다가 잘 잔다.
엄마랑 신랑이랑 쟁탈전이 붙어서 잘 노는 아이도 안고 어르고 이뻐죽으려고 해서 나중에 손탈까 그게 심히 두렵긴하다만... -_-
아기는....댓글 달은 쩡이 말대로 너무 작고 너무 조금해서 이쁘긴 하지만 아직까지 내 자식이다, 라는 모성애가 팍팍 생기진 않는다. 얘가 내속에서 나왔단 말이야? 하는 경이로움이나 신비함과는 다른 뼛속 깊은 정이나 사랑이랄까? 이건 차라리 현재까지는 삼식이한테 더 있음. (퇴원해서 돌아오는 날 삼식이와 재회하며 펑펑 울었다. 엄마는 자기 만났을때보다 더 운다며 쯧쯧거리시고..^^;;)
그래도 보고 또 봐도 이뻐죽겠다. 생각해 보니 내 평생 신생아는 처음 본 듯하기도 하고. (왜 여니랑 나잉이 둘은 3개월 미만때 사이즈는 기억이 안 나지? 이렇게 작았을때도 봤지 싶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_-)
서로 말도 안 통하는 엄마랑 신랑도 아기로는 의기투합이 되어서 채기만 해도 이뻐 죽으려고 한다.
삼식이는 새로 온 '베이비'에게 무한관심. 돌아다니면서 애기 옷 냄새 맡고, 잉~거리면 지도 고개 쑥 내밀고 애기한테 뭐하나 구경함. 초근접으로 접근해서 냄새 맡고 (어디까지 하나 싶어 보고 있음 냄새만 맡고 다시 뒤로 후퇴) 내가 집에서 베드레스트할때도 잘 때 외에는 침대 근처로 잘 안 왔는데 엄마랑 아가랑 나랑 침대에 있음 지도 올라와서 한켠에 드러누워 있다.
B군은 여전히 아침점심저녁으로 삼식이 산책 잘 시키고 챙기는 데 소홀함이 없고, 나는 괜히 불쌍해보여서 한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매일 해주던 루틴 (머리 빗기기, 귀청소, 한번씩 밥도 떠먹여줌 ㅋㅋ)은 그대로 해 준다. 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루틴이라서 그렇지. ㅋㅋ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는지 어린양이 아주 조금 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듯.
어쨌든 전체적으로 좋긴하지만 집에 돌아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지루하다. ㅠㅠ
하루종일 미역국 잔뜩 끓여 세끼 잘 먹고, 간간히 낮잠 한두번 자고, 엄마랑 드라마도 좀 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간 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일상 생활 두고 온 엄마도 그렇고, 그래도 조금씩 싸돌아다니던 나도 그렇고 서로 지루함을 참으며 살고 있음.
그나마 그저께부터는 하루에 한두번씩 산책을 하며 바깥 바람 좀 쐬기 시작.
낮에는 잠깐 뜨거운 바람 속을 걷다 들어오고, 밤에는 신랑한테 애기 맡겨 놓고 강변으로 한두시간씩 긴 산책 하고 돌아온다.
걷기는 10분에서 30분 정도 걷고, 시원한 바람 부는 강변에 앉아서 맨하탄이나 마리나 야경도 보고,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오는게 현재까진 유일한 즐거움. ㅎㅎ
다음주에 사 놓은 발레표는 예정대로 잘 볼 수 있을듯.
모유도 유축해 놓고(어차피 혼합수유라 상관없음), 신랑한테 맡겨놓고 밤마실할 예정. 2주 만에 첫 공식외출이 될 듯.
엄마랑 가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그것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ㅁ^
담주부턴 일주일에 한두번씩 신랑한테 애기 맡겨 놓고, 맨하탄까지 가서 엄마랑 월남쌈도 먹고, 백화점 쇼핑도 좀 하고 한번씩 외출할 생각이다. 그럼 좀 나아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