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제 36주에 쓰다가 다시 연결해서 씀. ㅎㅎ

그래도 어찌어찌, 병원 생활도 11일이 지나고 목요일이 되었구나. 

AJ를 만나기까지 딱 일주일 남았음. 예정일 일주일전이라면 원래는 시간이 이렇게 잘 가나, 맘이 급해진다, 등등의 반응이 나오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의 경우는 일주일만 더 참자~ 이러고 있음. ㅎㅎ

일주일 지난 뒤 생활의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인데 그건 그때 가서 닥쳐야 알 것 같다. 지금으로선... ㅠ.ㅠ


어쨌든 이번주는 조~금은 안정되었다. 강아지를 봐도 이제는 울지 않고(라고 했지만 아침에 또 울긴 했군), 엄마는 B군과 강아지와의 동거생활에 나름 익숙해졌고, (이것도 말이 '익숙'이지만... ㅠㅠ) 이번주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지루함도 조금 줄어들었다.

엄마는 집에서 음식을 해 와서 대략 12시~1시쯤에 병원에 도착, 나와 같이 점심을 먹고 수다 조금 떨다가 저녁때까지 다운 받은 드라마 보다 말다하심. 나는 저녁때까지 일 좀 하고, 낮잠도 좀 자고 시간 때우기, 저녁 식사는 네시 반쯤 되면 나오는데 나는 대략 7-8시쯤에 저녁을 먹음. (병원밥이 비행기 기내식 수준이라 거의 가져온 밥으로 해결)

일반인 방문은 8:30까지고 보호자는 10:30 정도까지 있을 수 있다. 엄마는 9시 반쯤에 돌아가시는데 신랑이 픽업할때도 있고, 지난 이틀은 룸멧 남편이 데려다줬다. 룸멧이 이웃. 월요일엔 엄마랑 신랑이랑 둘 다 병실을 지켰는데 좁은 병실 내 코너에 세 명이나 있으니 너무 답답해서 참다 못해 신랑은 7시쯤에 보냄. ㅋㅋ

쌍둥이 엄마 룸멧은 어제 퇴원. 병실 혼자 쓰나 룰루랄라했는데 지금 다른 임산부가 이사 들어오는 중. 좋다 말았네. ㅠ.ㅠ


이곳 루즈벨트 병원은 세층이 산부인과인데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 생각에) 11층은 일반진료동, 12층은 분만병동,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14층은 (13층이 없으니 원래는 13층이겠지) high risk 산부들 병실이자 주로 롱텀 환자들 병실이다.

12층에는 분만한 산모나 이머전시 임산부가 입원하고 이 층은 장기로 머물거나 아주 응급을 요하지 않는 임산부들이 머문다. 간호사 말로는 나랑 내 룸멧은 아주 양호한 편으로 그래도 화장실 출입은 가능한데 양수파열로 들어온 임산부 경우에는 침대를 세우지도 못하고, 소변줄이나 피 패드 차고 몇 달 동안 꼼짝도 못하는 임산부도 있다고.. 생각만 해도.. ㅜ___ㅜ 

어쨌든 14층으로 옮기며 계속 차고 있던 심음측정기와 진통측정기는 떼고 하루에 몇 번씩 첵업하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 대신 종아리 마사지 기계 (혈액순환 때문에), 왼쪽 팔에 아이비 주사(정맥주사)는 달고 있음. 당장 수액 꽂을 것도 아닌데 나중에 다시 꽂더라도 좀 빼주시지, 샤워할 때도 그렇고 불편해 죽겠음. 피부도 테잎때문에 발진 생기고.... 72시간마다 교체하고 있는데 벌써 네 번째 바꿈.

내 경우 첫날은 12층에 있는 분만병동의 병실에서 자고, 화요일에 14층의 산과 일반병실로 옮겼다. 

룸은 다 2인실인데 첫날은 늦게 들어가서 누구인지 보지도 못했고, 14층으로 옮긴 첫날 룸멧은 37주의 엄청 뚱뚱한 고혈압의 20대 스패니쉬 임산부였는데 유도 분만을 하러 당일날 떠나고,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창가자리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병실생활 스타트. ^^

어제 떠난 룸멧은 멜리사라고 33주를 넘긴 둥이 임산부인데 남아는 이미 AJ보다 더 크고, 여아는 2파운드 이상 작아서 그것 때문에 입원. 여아 태반이 문제일수도 있고 해서 스테로이드(폐성숙 주사) 맞고 모니터링 중. 

원래는 월욜 퇴원이었는데 여아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고 이틀 더 모니터링하고 어제 퇴원. 월요일 퇴원 퇴짜 맞고 이 언니도 펑펑 울었음. 병실에 있음 정말 센티멘탈 해진다. ^^;

어제 얼굴이 활찍 펴서 즐겁게 떠났음. 얼마나 부럽던지... ㅠㅠ



하루 일과는...

아침 여섯시부터 매 4시간씩 바이탈 사인 첵업이랑 태아 심음 측정. 바이탈 사인은 혈압, 산소량, 체온 측정. 간단함. 심음 측정은 심장이 잘 뛰고 있나 검사. 

일곱시 넘으면 이른 조식을 주고 (우유, 씨리얼, 빵 등등), 10시쯤에 기계가 있는 다른 룸에 가서 2,30분 동안 심음 그래프로 측정, 진통 측정. 걸어서 스무발자국 거리인데 휠체어로 옮김. ^^;

간호사들은 전체적으로 아주 친절하고 싹싹하다. 그리고 때마다 비타민, 철분 등등 필요한 필 가져다 줌. (이러면서 돈 얼마 받냐 생각하면 친절하다고 감동할 일 전혀 아니다 -_-) 

그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한 번씩 레지던트들, 의사들, 간호사들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첵업하는데 전체적으로는 조용한 편이고 낮에 특히나 조용하다. 대신 밤에는 자는 사람 깨워서 첵업하는데 잠도 못자고 죽겠음. 전날은 자다 깨서 하도 못 자서 수면제 처방 받아 먹었다. 어제는 매 시간마다 깼는데 아무래도 또 수면제 처방 받을까 싶기도 하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일주일 여행가거나 한국에 몇 주 머물다 올때는 집이 그립고 이런 것 전혀 없는데 내 의지 아닌 이유로 어딘가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구나를 처음 알았다. 바깥 공기 못 마신지도 11일째...

내 집, 거실, 카페트, 삼식이 산책시키던 잔디밭, 창밖으로 보는 풍경...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상들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ㅎㅎ ㅜㅜ

장기로 입원하는 사람, 억울하게 옥살이 하는 사람, 군대 간 사람들이 새삼 대단해보인다. ^^


아가는 34주 반이던 월요일 병원들어와서 측정했을때 4파운드 12온즈. 2.15키로 정도.

그새 많이 컸겠지.  아무것도 안하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니 배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음. ㅡㅡ;

수술때까지 최소 2.5키로는 넘겨서 건강하게 낳았으면 좋겠다. 2주 반 동안 400그램 정도는 자라겠지. ^^

---추가) 생각해보니 36주차 임산부 동생들 놀러왔을때 몸무게 재 봤음. 

현재까지 딱 20파운드(9키로) 늘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한주 반 동안은 1.3파운드, 0.6키로 정도? 엄청 많이 늘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비슷함. 애기 키워야 하는데... ㅠㅠ

살이 다 아가한테로 갔다고 생각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