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9일째 근황

AJ/임신/태교/출산 2012. 7. 6. 20:27 Posted by gardenia

그간 수술의 두려움과 고통, 진통제 부작용으로 인한 구토와 어지럼증, 변비, 수술부위 통증, 모유수유의 어려움, 유축의 고통 등등 하루하루 험난했던 여정을 일별로 써야하는데 그건 나중으로 하고, 간단한 근황만. ㅠ.ㅠ


제왕절개 수술하고 딱 일주일이 되니 걷는것도 조금 수월해지고, 최대의 난관이었던 수유 문제며 변비가 해결되어서 나름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누가 제왕절개 간단하다고 한 거야! 붙잡고 목을 짤짤 흔들며 물어보고 싶고, 다시는 이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지금도 이 생각은 마찬가지지만 ^^;) 인간이 참 간사한 게 몸 좀 괜찮아지니 제왕절개 그렇게 나쁘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들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상상하기도 싫은 회음부 고통이나 치질에 대한 고통이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좀 괜찮은 듯. (입원하기 일이주 전에 딱 시작하려던 치*이 입원하고 내내 누워 있고, 스툴소프트너 매일 먹고 했더니 쏙 들어가서 그거 하나 아주 기쁘다. ^^)

몸무게는 출산 이틀후 재어보니 일키로 겨우 빠져서 기겁을 했는데 (아기 사이즈 3키로, 양수+태반까지해서 최소 5키로는 빠져야 하는데;;) 미역국 먹고 모유수유하고 붓기도 빠지니 팍팍 빠져서 총 21파운드에서 16파운드 빠져서 5파운드 정도 남았다. (2키로 정도)

하지만 배는 아직도 임신 육개월 수준. 아랫배가 뽈록~나와서 둘리같음. -_-


다행스럽게도 3주 일찍 태어난 AJ는 모범 신생아상이라도 받을 만큼 협조적이라 현재까진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이제까지 사람 혼을 쏙 뺄만큼 운 적도 한 번도 없고, 모유던 분유던 잘 먹고, 한번에 세시간 이상 긴 잠자서 밤에는 새벽 3시 반에서 네 시 정도 한 번 일어나서 젖 먹이면 되고, 황금색 변 하루에 두어번 정도로 잘 봐서 엄마가 똥질도 안한다고(똥버릇 나쁜 아가는 기저귀마다 조금씩 물똥 묻혀 낸다고 ㅋㅋ) 착하다 하시고, 잠깨도 혼자서 사색하듯 잘 놀다가 잘 잔다.

엄마랑 신랑이랑 쟁탈전이 붙어서 잘 노는 아이도 안고 어르고 이뻐죽으려고 해서 나중에 손탈까 그게 심히 두렵긴하다만... -_-

 

아기는....댓글 달은 쩡이 말대로 너무 작고 너무 조금해서 이쁘긴 하지만 아직까지 내 자식이다, 라는 모성애가 팍팍 생기진 않는다. 얘가 내속에서 나왔단 말이야? 하는 경이로움이나 신비함과는 다른 뼛속 깊은 정이나 사랑이랄까? 이건 차라리 현재까지는 삼식이한테 더 있음. (퇴원해서 돌아오는 날 삼식이와 재회하며 펑펑 울었다. 엄마는 자기 만났을때보다 더 운다며 쯧쯧거리시고..^^;;)

그래도 보고 또 봐도 이뻐죽겠다. 생각해 보니 내 평생 신생아는 처음 본 듯하기도 하고. (왜 여니랑 나잉이 둘은 3개월 미만때 사이즈는 기억이 안 나지? 이렇게 작았을때도 봤지 싶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_-)

서로 말도 안 통하는 엄마랑 신랑도 아기로는 의기투합이 되어서 채기만 해도 이뻐 죽으려고 한다.

삼식이는 새로 온 '베이비'에게 무한관심. 돌아다니면서 애기 옷 냄새 맡고, 잉~거리면 지도 고개 쑥 내밀고 애기한테 뭐하나 구경함. 초근접으로 접근해서 냄새 맡고 (어디까지 하나 싶어 보고 있음 냄새만 맡고 다시 뒤로 후퇴) 내가 집에서 베드레스트할때도 잘 때 외에는 침대 근처로 잘 안 왔는데 엄마랑 아가랑 나랑 침대에 있음 지도 올라와서 한켠에 드러누워 있다.

B군은 여전히 아침점심저녁으로 삼식이 산책 잘 시키고 챙기는 데 소홀함이 없고, 나는 괜히 불쌍해보여서 한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매일 해주던 루틴 (머리 빗기기, 귀청소, 한번씩 밥도 떠먹여줌 ㅋㅋ)은 그대로 해 준다. 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루틴이라서 그렇지. ㅋㅋ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는지 어린양이 아주 조금 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듯. 


어쨌든 전체적으로 좋긴하지만 집에 돌아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지루하다. ㅠㅠ

하루종일 미역국 잔뜩 끓여 세끼 잘 먹고, 간간히 낮잠 한두번 자고, 엄마랑 드라마도 좀 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간 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일상 생활 두고 온 엄마도 그렇고, 그래도 조금씩 싸돌아다니던 나도 그렇고 서로 지루함을 참으며 살고 있음.

그나마 그저께부터는 하루에 한두번씩 산책을 하며 바깥 바람 좀 쐬기 시작. 

낮에는 잠깐 뜨거운 바람 속을 걷다 들어오고, 밤에는 신랑한테 애기 맡겨 놓고 강변으로 한두시간씩 긴 산책 하고 돌아온다.

걷기는 10분에서 30분 정도 걷고, 시원한 바람 부는 강변에 앉아서 맨하탄이나 마리나 야경도 보고,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오는게 현재까진 유일한 즐거움. ㅎㅎ 


다음주에 사 놓은 발레표는 예정대로 잘 볼 수 있을듯. 

모유도 유축해 놓고(어차피 혼합수유라 상관없음), 신랑한테 맡겨놓고 밤마실할 예정. 2주 만에 첫 공식외출이 될 듯. 

엄마랑 가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그것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ㅁ^

담주부턴 일주일에 한두번씩 신랑한테 애기 맡겨 놓고, 맨하탄까지 가서 엄마랑 월남쌈도 먹고, 백화점 쇼핑도 좀 하고 한번씩 외출할 생각이다. 그럼 좀 나아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