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insky Ballet: Giselle

공연/전시/발레/댄스 2011. 2. 26. 14:53 Posted by gardenia
 


@ Kennedy Center (D.C.) 
Sat., Feb. 12 at 7:30 p.m. 

Giselle: Uliana Lopatkina 
Alberth: Daniil Korsuntsev 
Hanz: Konstantin Zverev 
Mirtha: Ekaterina Kondaurova

모님이 목빠지게(?) 기다리는 로파트키냐님의 지젤 감상문. ㅎㅎ
워낙 초보자 감상문이라 별 거 없음돠. ㅜ.ㅜ



공연.
지젤은 파트 공연 몇 번 본 것과 누예레에프 버전 DVD를 빌려 예습을 한 게 전부이지만 워낙에 단순한 스토리인지라 발레만 몰두해서 감상하기에 아주 편한 발레인듯하다. 특히나 2막은 아름다운 군무에 프리마 발레리나 외 여러 솔로 발레리나의 기량을 한껏 살린 춤들이 가득해서 그야말로 눈 호강하며 감상할 수 있음. ^^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귀족 알베르히트는 약혼녀가 있지만 시골처녀 지젤에게 반해서 껄떡댄다. 알베르히트의 약혼녀가 사냥을 나왔다가 지젤의 집에서 잠시 목을 축임. 지젤은 남친의 약혼녀인줄도 모르고 잘해주고, 약혼녀는 그녀에게 목걸이를 하사한다. 지젤을 짝사랑하며 주위를 맴돌던 사냥터지기 한스(다른 이름이 있는데 위에 한스로 나와 있음) 는 알베르히트의 정체를 밝히고, 충격을 받은 지젤은 사망. 

2막은 죽은 지젤이 처녀귀신들의 모임인 윌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 윌리들은 지나가는 남자들을 홀려서 죽이
는데 일단 한스가 지젤의 무덤가에 왔다가 걸려들어서 죽는다. 그 다음 비통해하며 알베르히트가 오는데 윌리들의 여왕인 미르타가 그도 죽이려 하지만 지젤은 그를 보호하고, 동이 트자 윌리들은 사라지고 알베르히트는 남는다. 끝.

DVD로 볼 때는 느낌이 딱 이랬다:
철딱서니 없이 바람이 들은 시골처녀 지젤은 잘생긴 알베르히트에게 반함 -> 역시 철 없고 얼굴만 빤질한 한량 귀족놈은 시골처녀를 꼬여서 놀아남 -> 배신 당한 여자는 죽고, 그 원한으로 아무 죄없는 짝사랑한 남자만 죽이고 천하의 나쁜놈은 그래도 사랑한 죄로 살려준다.

이 공연의 지젤도 시작은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지젤(로파트키냐님)이 등장하면서부터 극의 흐름이 완전 달라졌다. 깜찍하고 어린 지젤이 아니라 우아하고 고상한 지젤이 등장했다. 공연마다 캐릭터의 해석이 다 다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로파트키냐가 연기한 지젤은 너무너무 우아해서 마치 멸문한 귀족가의 영양같은 느낌이었다. 한 동작도 호들갑스럽거나 재기발랄한 동작이 없고, 심지어 알베르히트의 배신을 알고나서도 광적으로 연기하는게 아니라 우아하게 흐느끼신다. 중간에 복선처럼 아픈 모습을 연기하는 부분도 나오는데 나중에 지젤이 충격으로 급사(심장마비?)한 것도 설명해준다. 
등장한 약혼녀는 비록 춤은 없는 배역이지만 아주 차갑고 오만한 표정을 연기해서 알베르히트가 원치 않는 정략결혼을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그래서 극의 느낌이 이런 식으로 풀어졌다고 할까.
-> 안하무인한 귀족의 딸과 정략약혼을 한 알베르히트는 이름 없는 시골처녀이지만 우아한 지젤에게 사랑을 느낀다. 지젤도 그를 사랑한다. 그런데 중간에 오로지 지젤을 갖고 싶어하는 멍청한 사냥터지기 놈이 둘의 사랑을 갈라놓은 것이다. 알베르히트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이 스토리가 되면 2막도 아주 자연스럽게 설명이 된다. 한스가 죽고 알베르히트가 살아 남은 게.

예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봤는데 그때 줄리엣 역을 줄리 켄트가 했었다. 이 언니야가 69년생이니 그때 나이로도 거의 40 정도? 줄리 켄트 캐릭터 자체가 우아한 스타일이라 그런 역에 안 어울리기도 해서 깜찍한 십대 연기를 하는 게 보기가 조금 힘들었는데 (줄리 켄트의 신데렐라와 백조의 호수도 보았는데 이분은 백조 역이 제일 어울렸음. 흑조도 임팩트가 크지 않고;) 비슷한 나이의 로파트키냐는 배역 해석과 소화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이 분 임팩트가 너무 커서 상대적으로 알베르히트 배역도 흐릿했지만 한 명의 배역으로 이렇게 전체 흐름 자체를 바꾸고 잡아주는구나, 라고 감탄하며 순간 '유리가면'을 떠올렸다. ㅋㅋㅋㅋ
심지어 어떤 느낌이냐면 엄마로 나온 배우도 왠지 유모 같고, 1막 뒷부분 농가의 파티 때는 다들 시골처녀같고 지젤만 고상한 느낌이었다. 원래는 예쁘고 발랄해서 튀어야 하는데 다른 이미지로 도드라졌다. 우아하며 사랑스러운 이미지라 이런 여자와 그냥 놀아나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듦.
 
발레 자체는 뭐 말할 필요도 없지. 그야말로 기대한 그대로 (기대치가 엄청 났음) 혹은 그 이상. 점프며 회전 어느 부분에서도 전혀 뒤질 것이 없음. 남자 배역이 별로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눈이 황송한 공연이었다. 굳이 뭔가를 찝으라면 살이 빠졌는지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긴 팔이 너무 앙상한 느낌 정도? 

알베르히트 역의 Daniil Korsuntsev 경우는 사진보다 실물이 훨 나은듯. 오페라글라스를 안가지고 가서 자세히는 못봤지만 머리스타일이며 생김새가 젊은 시절의 리처드 기어를 떠올리게 해 이왕 얼굴도 잘 안보이는 거, 리처드 기어를 연상하며 즐겁게 봤다. ㅎㅎ
워낙에 로파트키냐 중심으로 봐서 특별히 기억은 없지만 (그새 까먹기도 했고. 이래서 리뷰는 빨리 써야함 ㅜㅜ) 둘의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는 느낌? 뭔가 물흐르듯 너무 자연스러워서 인식을 못했을수도. 

발레리노의 경우 도리어 인상에 남는 무용수는 1막 마지막 부분 페전드 파드되에서 나왔던 Alexey Timofeyev였다. 이 공연에서 배역교체가 꽤 있었는데 대부분 아주 자잘한 조연이고 그나마 비교적 비중있는 배역 중 교체된 배역이 이 페전드 파드외의 여자인데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에서 제일 못했다. 실수도 몇 번 있었고 아슬아슬. 유일하게 망친 부분. (솔직히 완벽할 수도 있는 공연을 망친 것 같아 좀 괘씸하기도.) 
어쨌든 이 여자 대역이 너무 못해서인지 같이 공연한 티모페예프가 더 두드러졌을수도 잇겠지만 정말 잘해서 감탄한 기억이. 박수도 훨씬 많이 받았다. 기럭지도 긴데다 점프도 높고, 잘 생기기까지. 장래촉망. 이름 기억해놔야지. ㅎㅎ 
한스 역의 Konstantin Zverev은 내 타입이 아니라 패스. 아주 길쭉, 삐쭉하고 초록색 의상이 너무 잘 어울려서 마치 만화의 캐릭터 같았다. ^^;

어쨌든 전체적으로 발레리노들보다는 발레리나들의 춤이 훨씬 인상적이었는데 이 분 외에 눈에 뜨였던 발레리나는 미르타 역의 Ekaterina Kondaurova. 2막 시작하면서 나올때부터 감탄. 넋을 놓고 보았다. 로파트키냐님과 대적할 정도로 우아한 몸에 체형도 완벽하고 얼굴도 예쁘고 발레도 손동작도 멋졌음. 이름 꼭 기억해 놓았다가 나중에 메인캐릭터로 나오는 것 꼭 봐야지, 했다. 
두 명의 윌리도 잘했는데 콘다우로바가 너무 멋져서 윌리들 기억이 가물가물...

이 공연에서 로파트키냐의 연기와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2막의 군무. 그야말로 감탄에 감탄. 
이제까지 본 군무중에 최고였으라! 어떻게 키까지 맞추고 다리 올리는 각도까지 다 맞췄는지. 이게 바로 발레종주국에 전 공산주의 국가의 위엄이 아닐까 했다. ㅋㅋ
군무팀마저도 어디가면 프린서펄로 뛰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한 명 한 명 다 우아하고 아름다우심. 
(갑자기 작년에 본 ABT발레의 호두까기인형의 오합지졸 군무가 생각이 난다. ㅜㅜ)


매디슨 양이 2막때는 진짜 힘들어해서 좀 미안했지만 (졸려서. 차에 타자마자 뻗음)나는 너무 잘 보고 왔다. 
DC까지 간 게 전혀 아깝지 안을 정도로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여운이 아주 길게 남는 공연이 되었다.
보고 나니 확실히 ABT와 비교해 차이가 있다. 러시아 발레팀이 전체적으로 좀 더 섬세한 느낌?
이 공연을 보고 나니 지젤의 캐릭터를 어떤식으로 표현했는지가 완전 궁금해졌다. ABT 지젤 꼭 보아야지! 비쉬네바 양과 가능하면 다른 발레리나 것도. (현재로썬 비쉬네바, 서희, 모님이 추천하신 코요카루 버전 다 보고 싶구나!)

덧) 진짜 궁금한 것이 이렇게 예쁘고 가늘고 하늘하늘한 발레리나들이 줄줄이 있는데 어찌하여 ABT는 베로니카 파트를 데리고 왔고, 또 거기다 열심히 키우는 것일꼬. (무려 ABT 보드 멤버 회장이 스폰서를 해주심) 
리뷰를 안 썼지 싶은데 파트가 나온 슬리핑 뷰티, 스완 레이크 둘 다 정말 실망하고 와서 속상했던 기억이.... ㅜ_ㅜ 









*이건 2008년도 지젤 공연때 콘다우로바 양. 내 기억에는 이때보다도 훨씬 더 잘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