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날짜로 설날 저녁에 있었던 콘서트.
마야온때매 의리로 표 사 놓고 가기 싫어했는데 그냥 재미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정말 감동적으로 잘 보고 왔다. 
더불어 나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깊은 (?) 공연이었다.
우선. 나는 이젠 어엿한 교포구나, 를 확실히 자각.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 지. ㅜ.ㅜ)
그리고 이젠 정말 중년층이구나 하는 것. (우갸갹!) 
서태지와 아이들만 해도 90년대라고 하지만 선희 언니는 그야말로 80년대 코드.  J에게 말고 뭐 히트곡 있나 시큰둥했었는데 최근 나온 노래들 빼고 옛날 노래는 백프로 다 알고 가사마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따라부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깜놀. 
우리 회사에서 인턴쉽을 해서 여름에 항상 Bryant Park에 같이 가서 점심을 먹던 줄리만 해도 86년생. 이선희 그건 뭥미할 나이인데 말이다. 흑흑.
각설하고 간단 감상:

여섯시 땡하고 퇴근해서 순부두찌개랑 떡갈비를 먹고 카네기홀로 고고씽.
시간이 좀 남아서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사서 카네기 홀 앞에서 다 마시고 들어갔다. 그 새 줄까지 서서 기다리고 있는 엄청나게 긴 인파.
내가 젤 이해 못하는게 공항과 이런 공연장에서 줄 선 사람들이다. 좌석이 있는데 왜 줄 서서 기다리냐고. ㅡㅡ;
좌석은 4층의 두번째로 싼 좌석이라 완전 사이드일줄 알았더니 의외로 안쪽이었다. 앞에 얇은 기둥이 하나 있지만 거추장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거의 정시에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이서진 출연. 내 자리에서는 얼굴이 잘 안보여서 주변에서 누구냐고 웅성웅성. 이서진은 진짜 인기 곤두박질로 느껴지는게 다들 별로 호응없었음. 쟤는 왜 나왔냐, 이런 수준. 옷도 세련되게 입고 구두가 아주 반딱반딱하던게 인상적이었다.

이서진이 소개하고 바로 이선희 등장. 목소리 듣는 순간 소름이 좍! 무슨 노래였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목소리가 정말 득음의 수준. 중간에 게스트로 나온 승기는 솔직히 노래는 이선희 선생님 발끝에도 못미치는구나, 생각했음. ㅡㅡ
웃기는 게 저녁 먹으면서 마야온이 담달 말에 신승훈 콘서트 가자고 해서 No!라고 했는데 바로 드는 생각이 신승훈 콘서트도 가야겠다는 것. 딱 고 생각을 하는데 옆에서 마야온이 '야, 신승훈 콘서트도 가자!'이러는 것이었다. ㅋㅋㅋ
(금욜날 출근해서 신승훈 콘서트도 바로 예매. -_-)

선희 언니의 엄청난 가창력과 목소리도 좋았지만 내가 더 와 닿았던 건 80년대의 향수였던 것 같다.
기억도 까마득하던 '영'이나, '알고싶어요'를 듣는데 가슴이 찡했다. 노래방에서 수도 없이 불렀던 '라일락이 질때'를 부를때는 눈물도 찔끔.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시절과 그때의 사람들이 떠올라서였다. ㅜ.ㅜ
그리고 내가 '교포'라고 느낀 건 '아름다운 강산'을 듣는데 애국심이 불끈 솟아오르며 또 감동의 쓰나미.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부가 끝나고 이승기 출현. 오오~ 역시나, 얘도 관심없던 아이였지만 비쥬얼은 끝내주는구나.
약간 반딱거리는 까만수트를 입고 나왔는데 기럭지가 얼마나 길던지. 수트가 딱 맞아서 어좁이 느낌이 났지만 샤방샤방 빛이 내린다. 승기 보러 온 언니야들이 꽥꽥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음. 그야말로 평범해보이던 아이였는데 연예인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했다. 그리고 연예 프로를 많이해서 그런지 말도 잘 하고 관객과 소통수준도 좋았다. 
한가지 기억나는 건  '추운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서 관객석에서 '추워도 괜찮아요!'라고 했는데  승기는 '소호도 괜찮아요'라고 하는 줄 알고 소호가 걷기 괜찮다고요? 이랬음. ㅎㅎ

승기 세곡 부르고 내려가고,  2부는 다시 선희 언니의 노래들.
드라마를 잘 안 봐서 몰랐는데 드라마, 영화 OST를 많이 불러서 뮤직비디오를 보여 주면서 노래를 부른 게 몇 곡 있었음. 왕의 남자와 구미호. 

돌아와서 검색을 했더니 지루했다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80년대를 초등학생 이상으로 보낸 사람들은 충분히 감동하며 봤을듯.
잠시라도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신 선희언니께 감솨를~ ^^


**) 이번에 산 일월초에 구입한 좌석이 네번째 줄이라서 3월 말 신승훈 콘서트는 재깍 샀더니 내가 산 가격대에서 제일 앞자리다. ㅎㅎ 
신승훈 콘서트도 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