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T ballet - Nutcracker

공연/전시/발레/댄스 2010. 12. 28. 06:44 Posted by gardenia
12//23/2010 6:30 pm~9:00 pm @ BAM (Brooklyn Academy of Music)

Clara, The Princess: Gillian Murphy
Nutcracker, The Prince: David Hallberg


라트만스키 안무 초연의 넛크래커 오프닝을 보러 브룩클린으로 갔다. 
현재 링컨 센터는 멧 오페라 정기공연 중이라 무대가 없음.
BAM에서 예전에 했던 In-I를 보며 처음 갔었는데 그때는 다른 극장이었고, 이번은 오페라하우스였다. 파셜 뷰라는 사이드 석을 40불 정도에 예매를 했는데, (일반 오케스트라 석이 백불이 넘음) 극장이 작고 경사가 커서 자리가 의외로 아주 괜찮았다. 거기다 안쪽 자리가 사람이 안 차서 불이 꺼진 후 안으로 옮겨 운좋게 좋은 자리에서 잘 봤다.

극장은 링컨센터 오페라 극장의 4분의 일 정도 될까? 엄청 작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대도 아주 작았다.
오프닝이라 우선 ABT 디렉터인 케빈 맥켄지씨가 나와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하고 이번 공연 프로덕션 비용을 도네이션 해 준 (2.5밀리언) 데이빗 모모씨라는 분을 소개해주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ABT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계획을 했었고, 그래서 ABT의 안무가인 라트만스키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이 탄생했다는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 해 줌.
이 시점에서 그럼 바르시니코프 버전은? 이라는 의문이. 바르시니코프가 ABT디렉터일때 안무한 곡이니 ABT가 판권이 있는게 아닌가? 라고 잠깐 생각이 들지만 나도 잘 모르므로 일단 패스.

인사가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무대에서 객석으로 나오는 통로가 우리가 앉은 자리 바로 옆이라 관계자들 들락날락하는것 많이 볼 수 있었다. 맥켄지 씨와 데이빗 모모씨도 거기서 나와서 오케스트라 석 중간에 앉으심.


공연 시작은 독특하게 부엌에서부터 시작한다.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는 하인들과 쉐프가 나오고 쥐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가 음식을 훔쳐먹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아주 작은 쥐가 나오는데 마스코트처럼 중간중간 등장해 웃음을 준다. 나중에 쥐 마스트를 벗은 걸 보니 아주 귀엽게 생긴 백인 아이였다. 
이 부엌신 때문인지 1막에서는 전체적으로 춤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된 안무도 없고 세트도 그리 화려한 편이 아니라 지루한 느낌이 좀 들 정도. 이 씬은 좀 수정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클라라가 잠이 들고, 쥐들이 공격을 하는데 여기가 무대장치가 독특하다. 원근법을 써서 큰 의자가 등장하며 등장인물이 작아지는 효과를 낸다.
쥐들을 물리치고 클라라와 호두까기인형의 파드듀가 시작되는데 어른 클라라 (길리언 머피)와 왕자(데이빗 홀버그)의 등장이 독특하다. 두 사람의 알터이고처럼 등장해 같이 춤을 춘다. 어른 커플과 아이 커플이 같은 동작의 춤을 추다가 아이들은 코너에 앉아서 그들을 구경하고, 이윽고 어른 커플의 파드듀가 시작된다.
이 때 거의 숨도 쉴 수 없는 몰아지경에 잠시 빠짐.
머피와 홀버그의 파드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ㅜ_ㅜ
호흡도 잘 맞고, 음악과 함께 물흐르는듯한 아름다운 동작에 그 짧은 순간, 감동이 벅차올랐다. 앞부분의 오류는 더 이상 머리속에 남아 있지도 않음. (물론 뒤의 세세한 오류도)
어쨌든 짧은 파드듀가 끝나고 유명한 눈의 요정들이 등장. 의상이 다른 눈의 요정들처럼 하얀 발레복이 아니라 반짝이는 은색이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눈꽃은 새하얀 흰색이 트레이드마크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비극이 발생. 내 생각에는 연습부족과 작은 무대, 약간 어수선한 안무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은데 군무가 정말 엉망이었다. ㅠㅠ 
열도 안 맞고, 무대는 좁고, 군무는 좀 복잡하고, 그래서 돌다가 부딪히고 정신없고, 약간 학예회 삘까지 나는 것이... -_-; 사이사이에 아이 클라라와 넛크래커가 끼어 들어서 안그래도 정신 없는 군무를 더 정신 없게 만듦. 라트만스키가 보면서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
반짝이는 눈송이들이 떨어지며 일 막 끝.

인터미션에 고메즈를 발견하며 한 번 난리를 쳐주시고... (아래 사인 포스팅)

2막은 1막에 비해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었다.
2막도 역시 좀 연습이 덜 된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것 다 필요없고 메인의 파드듀!
다른 버전에서는 슈가플럼 페어리와 왕자의 파드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슈가플럼 페어리는 춤을 추지 않는다.
1막에서 잠시 맛뵈기로 보여주었던 머피와 홀버그의 파드듀는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둘의 호흡이 너무 잘 맞고, 키가 큰 홀버그와 비쥬얼 상으로도 잘 맞아서 스티펠 군이 봤으면 살짝 질투가 나지 않았을까 싶은 기분이 들었다는. (속으로 둘이 사귀어라~ 이러고 있었음. ㅡㅡ; 홀버그가 게이일지도 모르겠지만 ^^;)
안무도 너무도 아름다웠고, 둘이 솔로로 출 때보다 파드듀일때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 외 내가 좋아하는 아라비안 댄스는 한 명의 남자 댄서와 네 명의 여자무용수로 구성되어서 조금은 코믹하면서도 에로틱한 그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헐벗은 남자 댄서가 그야말로 王자가 아니라 문을 그려서 ('王'자에다 프렌치 도어 문 모양까지 새겨짐) 같이 간 일행들이 전부 입을 모아 멋지다고 칭찬함. ㅎㅎ
(헐, 지금 찾아보니 에전에 서희 씨와 타이스 파드듀를 같이 췄던 Sascha Radetsky였다. 대머리 분장을 해서 전~혀 몰랐음. 갑자기 급호감. ㅋㅋ) 


초연이라 그런지 많이 다듬고 연습을 해야겠지만 좀 더 대중성 있고 새로운 스타일의 호두까기인형이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전체적으로 코믹한 댄스가 많고, 아이들을 위해 지루하지 않는 요소를 많이 투입한 흔적이 보인다. 

머피와 홀버그의 멋진 파드듀를 본 것만으로도 여운이 많이 남는 공연이었다.
ABT 정규시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

극장 안 풍경

BAM (Brooklyn Academy of Music 오페라하우스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