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 Opera] Pelléas et Mélisande

공연/전시/오페라 2010. 12. 19. 01:22 Posted by gardenia

Pelléas et Mélisande

Friday, December 17, 2010, 8:00 pm - 11:55 pm


CAST

ConductorSimon Rattle
MélisandeMagdalena Kožená
GenevièveFelicity Palmer
PelléasStéphane Degout
GolaudGerald Finley
ArkelWillard White

THE PRODUCTION TEAM

Production: Jonathan Miller 
Set Designer: John Conklin 
Costume Designer: Clare Mitchell 
Lighting Designer: Duane Schuler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의 요소:
-화려한 무대/의상
-미성의 테너
-테크닉 뛰어난 고음의 소프라노
-엄청난 군중씬과 합창
-전주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아리아 듣는 재미

가 하나도 없는 오페라 = 멜리상데와 펠리아스. ㅋㅋㅋㅋㅋㅋㅋ
출연진 전부 메조 소프라노, 바리톤, 베이스이고, 무대 단촐, 의상 단촐, 출연진 단촐, 아리아 전혀 없고 거의 대사. -_-


내용은 대략 이렇다. 
아켈 왕의 손자 골라우드는 아들이 하나 있는 홀아비로 사냥을 갔다가 길을 잃고, 숲에서 헤메는 멜리상데를 발견한다. 정체를 모르는 긴 금발머리의 이 신비한 여자에게 반해서 별장으로 데리고 와 결혼을 함.
결혼을 하고 육개월만에 성으로 돌아오는데 거기에는 아켈왕, 병석에 누은 아버지, 어머니 제네비브, 그리고 이복동생 펠리아스가 있다.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골라우드에게 정을 못붙이던 멜리상데는 펠리아스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실을 골라우드가 알게 되고 급격하게 분노, 그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는 펠리아스가 떠나는 날 밤, 둘이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고 분노에 차서 펠리아스를 죽임. 임신을 하고 있던 멜리상데는 충격을 받은 후 딸아이를 낳고 죽는다.


일막에서는 끝없이 계속되는 대화에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꼈지만 2막부터는 아리아와 합창에 미련을 버리고 그냥 음악이 있는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감상했더니 그럭저럭 볼만했다.
드라마적인 요소로 보면 참 매력적인 작품. 일단 캐릭터들은 어느 하나 완벽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없다. 왕의 손자들이고 성이 무대라고는 하나, 골리아드가 말하듯 성은 오래 되서 음습하고, 사람들은 다 늙었고 활력이 없는 곳이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나는 골리아드는 의처증, 펠리아스는 어려서 치기가 있고, 멜리상데는 정서가 불안정하다.
이 사람들이 만나 불안정하게 사랑을 한다. 그린 칼라 하나 없이 회색의 건물만으로 구성된 세트도 그 이미지에 한 몫을 했다. 숲인데 숲도 안 나오고, 바닷가인데 바다도 안나온다고 투덜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의 통일감을 잘 살린듯.
 

그리고 일단은 가수들이 노래를 다 잘 했다. 
멜리상데 역의 메조 Magdalena Kožená도 좋았고, 펠라아스 역의 Stéphane Degout님 특히 잘하심. 지금 찾아보니 프랑스 인이네. 부르기 좀 편했을듯. ^^
소프라노와 테너가 한 명도 없었는데 소프라노 한 명 출연하시긴 했다.
골라우드의 아들 Yniold로 나온 Neel Ram Nagarajan군. 보통 아이들은 대사 없이 도구(?)로 잠시 왔다리갔다리하거나 합창 가끔 불렀는데 그 아들이 갑자기 노래를 불러서 깜짝 놀랐다. 우왕~ 거기다 진짜 깨끗한 미성의 소프라노 음색.
좀 안 생긴 인도 아이라 이왕 쓸 거 귀여운 아이로 쓰지 했더니 이런 반전이 있었네 했다. 목소리가 진짜 아름다움. +_+
하일라이트 씬은 아버지 골리아드가 아들을 자기 어깨에 올라타게 해 창문으로 멜리상데와 펠리아스가 뭐하는지 보라며 대화하는 씬이다. 아부지 어깨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노래를 부르는데 애는 무섭다고 내려오겠다고 하고, 아부지는 더 보라며 둘이 머하냐, 침대 근처에 있냐, 손 잡았냐 마구마구 다그치는 장면. 은근히 코믹했다. 이때 졸던 사람들 다 깼을듯. ㅋㅋ
커튼콜 때 박수 엄청 받았다. 변성기 잘 거쳐서 멋진 테너로 거듭나길 지금부터 빌겠소, 나가라잔군! 

위 씬 외에도 중간중간 의외의 코믹한 장면들이 숨겨져 있어서 가끔 웃음을 터트리게 됨.

이 오페라는 다른 방식의 감상법을 깨친 것만으로도 만족한 공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