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빼고 기다리고 계시는 모님도 계시고, 지날수록 자꾸 잊어버리는듯하여 언넝. ^^;

호사마다라고 몇 달 전부터 기다렸던 경기였는데 차도 고장나서 일박하며 수리를 하고 여차저차 찾아간 Lake Placid. 말은 들었지만 동네가 느무 이뻤다! 
플라시드 호수는 더 크고 좀 더 북쪽에 있고, Mirror Lake라고 하는 작은 호수 주변으로 타운이 조성되어 있었다. 올림픽 경기장에 내가 머문 호텔(이라고 하기엔 촘. ㅋㅋ)도 다 이 호수 주변. 
우리가 도착했을때부터 슬금슬금 보이던 한국인들이 시간이 지나자 엄청나게 많아졌다. 동*관광에서 버스 대절했다는 말 들었을때부터 대충 예상은 했지만 남녀노소, 가족 할 것없이 삼삼오오로 엄청나게 오심. 맨하탄 한복판이라고 해도 믿을듯. 
연아파워란 한국의 광고시장에만 미치는게 아니었다. 여기가 뉴욕에서 다섯시간 이상이 걸리는 소도시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
나같은 초보팬조차 아직도 점프 몇 개는 헷갈리는데 룰도 전혀 모르실 분들이 여기까지 연아 응원하기 위해 오셨다는게 대단해 보였다. 갑자기 애국심에 감동의 눈물이. ㅠ.ㅠ

토요일 저녁 경기는 오후 7시부터 시작했다. 30분 전에 들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5짜리 프로그램도 사고, 아이스 댄싱팀들 사인회 하는 것도 보았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음.
일단 아쉬웠던 점은 석달이나 전에 표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좋은 좌석은 아니었다. 이왕이면 선수입장석 코너를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정 반대였다. 경기 바로 며칠전에 가격이 더 싼 실버석을 산 H양은 직접 전화를 해서 안내원이 골라준 자리를 받았는데 자리가 내 좌석과 멀지 않았다. 자리에 연연하는 나로썬 무초 속상했다. 나도 전화를 할 거슬.. ㅠㅠ

토요일 저녁 경기는 여싱 쇼트 그리고 남싱 프리를 했고,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여싱 프리를 먼저 하고 아이스 댄스 프리를 했다. 이해가 안가는게 왜 전날 끝난 여싱 프리를 먼저 한 걸까. 조금이라도 늦게 하면 좋았을 텐데. 선수들 컨디션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불어 여싱 프리가 끝나자 돌아가자고 한 B군 덕분에 아이스 댄스는 보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다섯시간 운전해야 할 사람이 B군인지라 내가 양보를 해야했다는.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들었던 프로그램 일정이었다.

우선 여싱 쇼트.

TV로 볼 때는 쟤네들 진짜 못한다 했는데 실제 라이브로 보니 일단 열 두 선수 모두 흥미롭게 봤다. 점프는 TV는 뛸때 줌을 잡거나 카메라를 바꾸어서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넘어지는 점프는 열에 아홉은 점프 시작할때 예측이 가능했다. 들어가는 자세부터 불안정함.
벌써 기억이 까마득하여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고 몇 몇 특징적인 것만 이야기하자면...

Emily HUGHES: 좀 느리고 많이 무거웠지. 연습 좀 더 해야할듯. 그래도 프리 프로그램은 점프를 다 성공해서 좋아하던 모습이 보기 좋았다. ^^

Fumie SUGURI: 이 선수 스케이트 타는 게 마음에 들었다. 꼼꼼하고 야무지게 타는 느낌. 그런데 쇼트도 그렇고 프리도 그렇고 야무지게 타던 게 무척 빨리 무너짐. 체력 탓인가? 의상은 예전 의상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Elena GLEBOVA: 몸매도 이쁘고 스케이트도 이쁘게 타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고득점 하기를 바랬는데 5위에 머물러서 약간 아쉬웠음.

Rachael FLATT: 자국 선수라도 지명도와 인기순위는 따로인지 세 명의 선수가 나왔지만 에밀리 휴즈가 제일 인기가 좋았고 그 다음이 레이첼, 알렉스 길레스는 거의 아웃 오브 안중 수준. (남싱도 마찬가지였다. 라이사첵-브래들리-나머지 선수는 아웃오브안중) 
피겨를 잘 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임팩트는 없었던 게 절반 정도 차지하는 자국인 관중들이 느무 오버를 해서 오히려 더 심드렁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Yu-Na KIM: 두 말 하면 잔소리. 다른 선수땐 사진도 찍고 점수도 살피고 하다가 연아때는 한동작이라도 놓칠까봐 눈을 부릅뜨고 아무것도 안하고 집중해서 봤지만 2분 30초와 4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ㅠㅠ
선수한테는 미안하지만 한 오분/십 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지 클린한 쇼트보다 롱프로그램이 더 기억에 남았다. 점프는 많이 말아먹었지만 스핀, 스텝부터 기본 동작까지 다른 선수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이건 단순 연습만으로는 힘든, 레벨 자체가 완전히 다른 차이이다. 
ISU사이트에서 연아가 best skater ever이냐라는 타픽으로 논쟁이 치열했었는데 피겨 초보팬인 내 눈에 보기엔 점프 몇 개 날리는 것과 상관없이 다른 스케이터들과 다른 레벨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단언하겠다. ^^

그 외 터키 선수 프리에서 첫번째 점프 성공하고 너무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음. ㅋㅋ
그런데 점프 높이가 엄청 났다. 첫번째 점프 점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남싱 프리.

좀 더 흥미롭게 보고 여싱이 끝난지라 여유 있게 봤던 경기.
남싱이 실험적인 안무도 많고 훨씬 재미있었다. 여싱은 특성상 예쁘고 아름답게 보여야 하는데 남싱은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음.

Adrian SCHULTHEISS: 이 스웨덴 선수 프리가 진짜 인상적이었다. 의상이 기병대 의상인줄 알았는데 음악과 안무를 봤더니 정신병자 의상 아닌가. ㅡㅡa;;
음악도 정말 엄청나게 실험 정신이 뛰어난.. 중간에 웃음소리와 안무까지. 너무 혁신적인 안무라 관객들이 따라가지를 못해서 진짜 조용했는데 끝나고는 박수도 많이 받고 반응도 좋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파카 입고 길거리를 걸어가는 이 선수를 발견. 저녁 7시부터 갈라쇼인데 갈라는 참석 못한듯. 괜히 불쌍한. ㅠㅠㅠ)
집에 와서 해석 좀 보려고 찾아봤더니 러시아 해설 영상밖에 없음. ㅠㅠ

Florent AMODIO: 내 취향은 확실히 야무지게 타는 선수를 좋아하는 듯. 이 브라질 이름을 가진 프랑스 선수는 연습때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더니 프로그램도 좋았고, 야무지게 잘 탔다. 마음에 들었음.

Tomas VERNER: 토마스! ㅠㅠ 사실 이번 시즌에 처음 발견한 선수. ^^; 
너무 뛰어난 미모에다 프로그램이 너무 마음에 들고 피겨 하는 모습도 너무 멋짐.  
남싱 쇼트 경기 결과를 몰라 바로 전날 엘리베이터에서 메달 걸에게 '꼴찌'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경악. 잘못들었나 했다. 어떻게 꼴찌가 가능할까 했는데 독감 때문에 극악 경기를 한 듯. ㅠㅠ
첫번째 여섯선수들 틈에서 웜업을 하는데 쟤는 저기 있을 애가 아니라고.. 하면서 피겨의 피자도 모르는 B군을 붙잡고 토로를...
프리는 일등 해주시길 바랬으나 밀리고 밀려 3위. 아픈 상태에서 훌륭하게 끝내주었다. 짝짝짝.

Evan LYSACEK: 키가 너무 커서 저헣게 뛰실까 했는데 정말 잘 했다. 끝. (완전 짧은.... 취향차가 확싷하게 느껴지는 감상문. ㅋㅋ;;;) 


언제 또 보러갈수 있을까. 다음엔 좀 여유있게 갔으면 좋겠는데.
여싱 프리때 졸기까지 한 B군은 이젠 다시는 안간다고 담번엔 친구들하고 가라고 선포를 했다는. ㅋㅋㅋ


B군이 찍은 연아 SP 직캠. 
사진촬영할까, 카메라 촬영할까 물어보는데 카메라 촬영을 햇! 이랬다능.
경기도 못 보고, 노예처럼 부려먹은 B군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