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Humpbacked Horse

Composer Rodion Shchedrin
Choreography Alexei Ratmansky
Libretto Maxim Isaev
After the tale by Pyotr Yershov

Tuesday, July 12 at 8:00 (Viktoria Tereshkina, Vladimir Shklyarov, Yekaterina Kondaurova, Yuri Smekalov)


금욜 아침, 시간이 좀 남아서 쓰던 감상문 마저 끝냄.

곱사등이 망아지.
표트르 예르쇼프의 소설 원작을 발레곡으로 만든 것인데 이건 라트만스키 버전의 연출임.
라트만스키 안무 장편 발레는 어제 안나 카레리나까지 네 편 정도 본 것 같은데 이분은 확실히 코믹에 강한 것 같다. 브라이트 스트림도 그랬고, 이 곱사등이 망아지도 그랬고, 눈을 못 뗄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스토리는 나름(?) 간단. 바보 이반은 두 형과 아버지와 살고 있는데 밤에 밭을 망치는 짐승을 잡으려고 보초를 서다가 밭을 망치는 말들을 발견하고 잡는다. 잡은 말들을 놓아주는 대가로 곱사등이 망아지를 받는데  이 망아지는 마술을 쓰는 망아지임.
두 형은 이반이 놓아준 말을 잡아 짜르에게 바치는데 그 말이 결국은 이반의 말이라고 밝혀져 이반은 왕의 시종이 된다.
이반 때문에 왕의 시종직에서 잘린 다른 시종은 호시탐탐 이반을 감시하고 이반이 불새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훔쳐서 왕께 바친다. 불새의 깃털에서 미래의 왕비의 모습을 보고 반한 왕은 이반을 시켜서 그녀를 데려오라하고, 이반은 불새의 나라로 가서 왕비를 데려온다. 이 과정에서 왕비는 이반을 좋아하고, 이반도 반하지만 바보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그녀를 왕에게 데려간다.
짜르는 왕비와 결혼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바다 깊숙이에 있는 반지를 가져오지 않으면 청혼을 받지 않겠다고 하고, 짜르는 또다시 이반에게 시키고 이반은 곱사등이 망아지와 함께 가서 바다의 공주(?)에게서 무사히 받아옴. 짜르가 결혼하려고 하자 왕비는 이번에는 짜르가 너무 늙었다며 젊게 해주는 펄펄 끓는 물 안에 들어갔다 나오라고 한다. 이것도 이반을 먼저 시켰는데 이반은 망아지의 마술로 멋진 왕자가 되어 나타나고, 거기에 고무되어 기어 들어간 왕은 사라지고 만다.
둘은 행복한 왕과 왕비가 됨. 끝.

우선 무대는 미니멀하게 단순하고, 춤은 클래식 발레와 현대 발레를 섞어 놓은 듯한. 시즌 내내 마임도 많은 클래식 발레만 보다 보니 딱 좋았음. ^^
배역들은 초대박!! 이백프로 마음에 들었음. (이 날짜로 추천해주신 모님께 완전 감솨~~~ ^ㅁ^)
바보 이반으로 나온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어허헝. 뭐 이런 꽃미남 발레리노가!! 외모 지상주의인 나로서는 외모만으로도 90점은 거저 줄 수 있는데 거기다 발레까지 잘하시고. 아직도 눈에 삼삼~~ ㅋㅋㅋㅋ 
멍청하고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캐릭터라 맨발에 웃통 벗고 헤벌레~하게 나오는데 어찌 이리 귀여운것이냐!! 작은 얼굴에 금발 고수머리. 날씬하고 긴 몸까지! 완전 대박꽃돌이다. 으헝헝 (<- 감동의 눈물 한 번 더. T^T)
 
(미래의) 왕비 역의 빅토리아 테레쉬키나. 이분도 완전 대박! 아름다운 발레에 카리스마까지. 다만 쉬클리야로프랑 있으니 너무 누나 같고, 쉬클리야로프가 작은지 이 언니야가 큰 지 체격이 차이가 많이 안나서 바다의 공주로 나온 콘다우로바랑 역을 바꾸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들었다. (그런데 아나 카레리나를 봤더니 콘다우로바도 완전 말랐지만 작은 키가 아님.)
콘다우로바는 1막의 암망아지, 2막의 바다의 공주역을 했는데 카리스마 장난 아니다. (기본 테레쉬키나도, 콘다우로바도 이 발레단 여자들은 다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듯) 체구는 가늘고 길며 근육이 잡힌 스타일로 비쉬네바랑 비슷한데 비쉬네바보다 키는 훨씬 더 큼.
 
이 외에 눈에 뜨이는 남자 댄서는 시종으로 나온 2nd 솔로이스트인 유리 스메칼로프.
키가 엄청 크고, 얼굴이 너무 작고, 입고 있는 이상한 옷이며 중간 가르마며 표정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그냥 코믹한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꽤 비중이 있는 역이었다. 뭐랄까, 참 특이한 게 춤추는 스타일이 아주 클래식하지 않은 것 같고 독특한 스타일인데 시선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다음날 로파트키냐의 아나 카레리나에 브론스키 역으로 나왔는데 이 엄청난 언니야의 기에도 눌리지 않고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해 주셨다. (이건 그 다음날 콘다우로바의 파트너를 보니 더욱 비교가 되었다)
멀쩡하게 나오니 미남자이기도 했고. ^^ 어쨌던 이건 아나 카레리나 감상문에.
 
그 외에 의상이 독특. 러시아 전통 스타일 옷과 함께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 섞임. 예를 들어 집시들의 댄스에서는 앞뒤로 얼굴이 크게 그려진 옷이라던가. 그런데 전체적으로 치렁처렁한편이어서 그건 살짝 아쉽.
플러스 첨엔 반바지와 맨발로 등장한 쉬클리야로프군. 웃통을 벗고 있어서 좋았는데 갈수록 옷을 껴입고, 마지막 왕자 의상은 진짜 깼다. ㅠ.ㅠ 애들이 학예회때 입을법한 네모난 웃도리를 걸치고 대미를 장식함.

어쨌든 세 공연을 더 보았지만 나는 여러가지 이유를 복합해서 이 공연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담에 꼭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