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ed by Paul Smaczny, Maria Stodtmeier. 

With Jose Antonio Abreu, Gustavo Dudamel



이 영화는 베네주엘라의 엘 시스테마(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어린이 (2세~18세) 오케스트라 교육에 관한 다큐이다. 


한 영화평론가가 한국판으로 번역하면서 덧붙인 부제에 대해 불평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부제가 불필요할뿐만 아니라 잘못 붙인 것이다 싶다. 베네주엘라 전 지역에 걸쳐져 있는 이 교육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 오케스트라의 스토리로 착각하기 쉽상이다. 


1975년 카라카스의 빈민가 지역에서 시작한 이 조직은 현재 1800개의 센터에서 26만명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거대 조직으로 발전했다. 모든 교육은 무료로 시행되며 정부의 지원금이 90%정도인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음악가에 경제학자이며 정치가이기도 했던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의 공이 전적으로 컸다.


시작은 악기를 조율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씨의 인터뷰와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는 등교를 하다가 총을 맞기도 하는 위험하고 가난한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무료로 악기를 배우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의 인터뷰와 함께 엘 시스테마 시작부터 같이 한 동료들의 인터뷰, 엘 시스테마의 최대의 수혜자인 두다멜의 인터뷰와 그가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유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장면이 중간중간에 나온다. 


보면서 가장 대단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어떻게 이 단체를 국가적으로 정착시켰냐 하는 것이다. 예산의 90%가 정부에서 나오고, 현재는 복지부에서 관할하고 있다고 한다. 35년이 넘는 세월동안 정부가 변하고 체제가 변했을텐데 주도면밀하게 계속 단체를 키워온 아브레우 박사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뒷부분에 나오는 농아 오케스트라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다른 장애아들이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농아들은 지휘에 맞춰 수화를 하는데 한 아이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아베마리아를 좋아한다. 특히나 손이 날개짓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시 들으며 소리를 끄고 동작만을 보니 아이들은 음악을 이렇게 느꼈을가 싶다. 손짓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이다. 



다큐멘터리 자체로 보면 그렇게 백프로 만족스럽지는 않다. 뭔가 2% 부족하게 겉핥기스럽다고 할까.

시스템이 어떻게 정착했는지에 대해서도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않고, 아이들의 성장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두다멜이 연주하는 합창도 중간중간 잘라서 넣어놓았는데 이런 편집 방식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전체적으로 편집이 좀 어수선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한사람의 힘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다큐멘터리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하였겠지만 이만큼 정착시킨 공로는 전부 아브레우 박사에게.

얼핏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게슈타포스럽게 생긴 아브레우 박사가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그의 삶의 철학은 정말 멋지다. 


나오는 음악이 다 마음에 드는데 무식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음. 어떻게 한 번 찾아볼 수 있을지 뒤져볼까 싶다.



* 아브레우 박사 어록들:


"눈으로 볼 수 없고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음악은 표현해 냅니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창작이 가능한 것이죠. 다른 예술로는 표현하기 힘든 신비하고도 고유한 표현력을 지난 음악은 무한한 가능성과 풍부한 감수성의 예술이죠. 음악은 인간에게 그 어떤 것보다 더한 영감을 줍니다."


"한 명의 불우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다른 불우한 아이들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죠.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은 봉사입니다. 이 사회엔 그 이상을 실현해 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봉사의 중요성을 아는 이들이죠. 비관주의, 패배주의 슬픔에 빠지지 않고 삶을 부정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하고 낙관적이고 의욕적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건 봉사 정신과 음악에 대한 사랑이에요. 우리가 애들에게 전하는 중요한 교훈이죠."


"모든 사회문제는 배척하는데서 시작해요. 세상을 들러보면 배척과 소외가 만연하죠. 그래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겁니다. 그러니 많은 이들이, 가능한 한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세계로 인도해야 합니다. 음악의 세계로, 오케스트라와 노래의 세계, 예술의 세계로."


반성도 되고, 이런 멋진 정치가가 우리나라에도 좀 있었으면... 싶지만 훌륭한 인물이 있어도 절대로 뜻을 못 이루었을듯. 정부 바뀔때마다 예산안 편성하며 자기 득실만 따를 듯. 거기다 '쓸데 없는' 오케스트라 센터에 복지 예산을 편성해주려고 했을까.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