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2007 

사진은 뉴욕타임즈에서 

바그너의 전설적인 15시간(혹은 16시간)짜리 오페라 RING CYCLE(Der Ring des Nibelungen, 니벨룽겐의 반지)이 러시아에서 온 키로프 극단의 공연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좌에서 막을 열었다. 이중 프롤로그 격인 두시간 반짜리 첫번째 공연 “Das Rheingold”를 보고 왔다.
자질구레하게 쓰다 귀찮아서 간단하게 정리만 하겠음. (지극히 초보자 관점임 ^^) 


+공연 보는 내내 공연의 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내가 앉은 발코니 (두번째로 후진 좌석. 5층) 만 $112. 네번 보면 $448불이다. $112불이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좋은 좌석에서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 석은 한 공연에만 $450 정도? 오케스트라까지 러시아에서 온 걸 감안해도 이건 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중간에 인터미션 없이 2시간 반을 풀로 연주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바그너 님께서 연주가 끊기지 않고 한 막이 끝까지 가게 작곡을 하셨기에 쉴래야 쉴 수가 없다. (2시간 반 full로 지휘하신 지휘자님께 박수를 -_-;)
마지막 공연 “Götterdämmerung”은 다섯시간짜리 공연인데 심히 궁금하다. 정말 한 번도 쉬지 않을지. 

+사실 나의 기대는 '태양의 서커스'에 가까운 무대와 음악이었다. (무대는 몰라도 음악은 지루할 거라고 각오하라고 했는데 '러시아'에서 왔다는 게 이런 기대를 가지게 했다 -_-;)
무대는 사진의 환상적인 조명과 배경을 보고는 업스케일한 무대에 엄청난 하이톤의 오페라를 상상했는데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아래 뉴욕 타임즈 기사가 놀랍게도 내 생각과 너무 일치한다. ㅋㅋ 다른 기사들도 특히나 무대 평가가 짜더라)
얼핏 보면 surreal한 조명이며 커다란 조상 등 무대장치들이 환상적으로 보이지만 두시간 동안 내 같은 프랍들. 그리고 밝아졌을때 드러나는 프랍들의 조악함. -_-;
최고조는 거인족들(giant). 커다란 돌덩이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바퀴 움직이듯 움직이고 로보트 인형처럼 손만 아래위로 살짝 움직이는데 (안에 들어있는 가수가 노래 부를때 손도 한번씩 올라감) 코미디도 아니고... 옆에 앉아 계신 할부지도 웃기는지 웃으시더라.
(요건 내가 커튼콜 때 찍은 사진이 있는데 다운로드 받으면 올리겠음)
그리고 대부분의 메인 캐릭터가 바리톤의 남자라 아름다운 여자 소프라노는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아는 할머니 한 분이 바그너의 링 사이클을 다 봤기 때문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셨는데 나는 아직, 절대로 그 내공은 쌓이지 않았나보다. 
무대 배경이야 어떻든 공연이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는데 그것 때문에 당황. (당황했을 정도여. 뭘 보고 온겨! ㅜ.ㅜ)
내겐 전체적으로 지루했을뿐만 아니라 중간에 한 번도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번 투란도트 때는 홍혜경의 목소리를 들으며 몸에서 소름이 좍좍 돋았었는디;;) 
어쨌든 음악이 전체적으로 지루해서 그렇게 즐기며 보지를 못했다.
앞으로 십년에 공연 하나씩을 보면 삼십년 후에는 내공이 쌓여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될까.
언젠가는 듣는 귀가 생기겠지. ^^
결론은 이번에는 가서 본 것으로 만족. ^^
플러스 11월의 태양의 서커스를 기대.